여행기(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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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릉부릉 베트남 오토바이 일주] 12. 호이안 - 저녁의 도시 ① 흑백과 다채로운 색의 공존
1. 조용한 마을 이야기 호이안에 도착했을 때는 7시 반 경이었다. 나에게 저녁은 했냐는 따뜻한 주인 노부부의 물음에 피곤에 묻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마 초등학교때 마지막으로 본 듯한 초록색 클리어파일을 꺼내 들더니 호이안이 담긴 손그림 지도를 뭉텅이 속에서 한 장 건네주었다. 빨간펜으로 이곳엔 반미가 맛있고, 이곳은 아침에만 장사하는 로컬만 가는 쌀국수집이 있으며, 호이안 올드타운으로 가는 법까지 친절히 안내해 주었다. 남들이 많이 찾는 유명한 곳보다 투박하고, 여행자로서 조용히 그네들의 삶을 볼 수 있는 식당을 선호하는 나로써 수고를 덜었다. (아저씨가 주신 지도는 왠지 오픈된 공간에 쉽게 뿌리기가 맘에 걸린다. 그들의 아지트를 뺏고 싶은 생각이 없기에 올리지 않기로 한다.) 8시가 다되어 갔는데도..
2020.02.24 -
[부릉부릉 베트남 오토바이 일주] 11. 꾸이년 ~ 호이안,
꾸이년에서 호이안으로 가는 길은......생각하기 싫었는지 기억에서 지워졌다. 문득 문득 생각나는 것은,,, 공사중이었던 국도 길을 가로등 하나 없이 내 오토바이 라이트 하나만으로 의지한채 건너고 있었다는 것. 가끔 지나가는 오토바이가 반가워서 어떻게든 그와 속도를 맞춰, 길을 잃은 우주 속을 벗어나려 했다. 이 길이 맞는 건지 매 초마다 의심했다. 이따금 반대편에서 상향등을 안끄고 달려오는 차나 휘황찬란한 LED조명을 단 버스나 대형 트럭을 보면 다 깨뜨려 버리고 싶었다. 엄청난 인내의 시간이 었다. 이 루트가 기억에 남지 않는 것은 야간라이딩을 하지 않기 위해 쉼없이 지루한 국도길을 달렸기 때문일 것이다. 여행격언 중에도 이런 말이 있다. " 목적지로 빠르게 가는 방법은 분명 있다. 그러나 그 과정은..
2020.02.24 -
[부릉부릉 베트남 오토바이 일주] 10. 꾸이년 Eo Gio, '굿모닝 다낭' 방송 출연
장거리를 뛰어야 한다는 부담감은 잠을 푹 자게 해주었다 (응?) 그리고 일찍 일어나도록 도와준다. (그래봤자 8시) 생존의 역할에만 충실한 나의 옷(상의 3벌, 하의 2벌) 이 간밤에 잘 말랐는 지 확인하고 다시 정신없는 짐을 꾸린다. 짐을 싣고서 쌥쌥이에게 맘마를 먹이려면 여간 손이 가는게 아니기에 짐을 오토바이에 싣기 전에 나도 쌀국수로 간단히 아침식사를 하고, 쌥쌥이(오토바이)도 맘마를 멕인다. - 쌥쌥이 식사법 - (오토바이에 묶인 짐 고정 로프를 풀고 -> 짐 내리고 -> 안장 뚜껑을 올리고 -> 연료뚜껑 따고 -> 주유 -> 뚜껑 닫고 -> 안장 닫고 -> 짐올리고 -> 짐 다시 로프로 묶고,,,, 이게 뭔 ㅈㄹ인지) 보통 8시에 일어나면 10시반 쯤에는 출발할 수 있다. 자, 준비가 끝났다면..
2020.02.22 -
[부릉부릉 베트남 오토바이 일주] 9. 꾸이년에서 뭐할지
이름이 참...한국말스럽달까, 하는 꾸이년은 호이안, 다낭을 가기 위해 살짝 거쳐간다는 느낌으로 온 도시였고, 구 선생님(구글)께서도 큰 흥미를 보이시지 않아서 기억에 남을 만한 뭔가를 하지는 않았다. 마치 서울에서 부산을 가기위해 대전에 들러 성심당에만 잠깐 들리는 느낌이 정확한 표현 같다. (대전 비하 ㄴㄴ, 본인 대전 토박이) (나의 정보력에는) 꾸이년의 랜드마크라고 할 것이 없기 때문에 다른 여행자들도 잠시 들렀다가는 정도로 생각하고 오는 것 같다. 어제 한밤중에 도착했기 때문에, 오늘 바로... (와 씨 욕을 안할래야 안할 수가 없네, 지금 보니 꾸이년에서 호이안까지는 300km) 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펍과 게스트하우스를 같이 운영하는 내 숙소에서 값싼 조식을 기대하기는 어려웠기 때문에, 일..
2020.02.13 -
[부릉부릉 베트남 오토바이 일주] 8. 나트랑 ~ 꾸이년 (feat. 나무다리)
오늘은 나짱에서 벗어난다. 목적지는 꾸이년. 꾸이년은 별 생각이 없었는데, 다이렉트로 호이안을 가기엔 너무 살인적인 거리라 적정 거리인 뚜이호아 아니면 꾸이년을 들렀다 갈 생각이었다. 중간에 베트남의 최동단인 곳을 가보려 했지만, 많이 찾지 않는 곳이다 보니 주변 숙소가 별로 없기도 했고, 숙박가격도 꽤 비쌌다. 그렇다고 당일로 가기엔 등산 코스가 왕복4시간... 가뿐히 즈려밟고 패스한다. https://goo.gl/maps/JAbwW99rM8uUZiab7 Easternmost Point of Vietnam ★★★★★ · 관광 명소 · Vạn Ninh www.google.co.kr 너무 오래걸린다 싶었다면 뚜이호아에서 숙박을 하려했으나, 뚜이호아에는 딱히 뭐가 없기에 패스. 그런데 하...날이 흐리네....
2020.02.10 -
[부릉부릉 베트남 오토바이 일주] 7. 나짱(나뜨랑)에서 뭐하지? 뭐먹지?
제이슨과는 나짱에서 같이 하루 묶고 헤어지기로 했다. 제이슨은 속박된 유부남이었기에...어렵게 쟁취한 제한된 자유를 만끽하러 다낭으로 떠났다. 그의 자유에 치토스 무튼 다시 혼자가 되었다. 나짱은 총 3박4일을 머물렀다. 첫날은 오자마자 뻗어 숙소에 처박혔고, 둘쨋날은 숙소를 옮겨 머드스파와 롱썬사원, 성당을 갔고, 셋째날은 폭포가 있다길래 오토바이를 타러갔다. 1일차 10시쯤 나짱에 도착해서 제이슨이 예약해둔 호스텔에 도착해서 짐풀고 어제 다 못잔 잠을 실컷 잤다. 배고프고 뭐고 다 제껴놓고 잠이 1순위었다. 자고나니, 제이슨이 맛있는거 먹으러 가자고 해서 쫄래 쫄래 따라갔다. 유명한데라고 해서 군말없이 따라가 착석 후 음식이 나오길 기다리고 제이슨은 식당 화장실을 갔다. 그런데 화장실에 비누가 없어서..
2020.02.06 -
[부릉부릉 베트남 오토바이 일주] 6. 달랏 ~ 나짱(나트랑) ②
제대로 잠을 못자고 일어났다. 어제 일이 하도 기가 막혀서 여행중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vlog같은 vlog를 (뭔소리야) 찍었다. 어제의 자세한 상황은 영상으로 그리고는 나짱으로 향해 거침없이!!! 달리면 큰일나니까, 슬금슬금 갔다. 계속 누워있는다고 제대로 잠을 잘 것 같지도 않고 해서, 빗줄기가 조금 잦아 들때를 노려 다시 가기로 했다. 달랏에서 나짱으로 가는 산간길을 지금 회상했을때, 세상은 자연재해로 붕괴하고 있고 그 속을 우리가 뚫고 가기 위해 산에서 굴러떨어지는 바위와 폭포로 중간에 끊어진 길을 헤쳐나가는 영화의 한 장면이랄까. 도로는 자갈 밭이 되어있었고, 도로공사에서 나온 인부들이 절벽을 등지고 도로를 복구하고 있었다. 바위를 옮기는 여러 덤프트럭도 보였다. 소행성이 충돌해서 만들어진 자국..
2020.01.31 -
[부릉부릉 베트남 오토바이 일주] 5. 달랏 ~ 나짱(나트랑) ①죽음의 골짜기
호치민을 떠날 때 부터, 좋지 않은 소식을 들고 시작했다. 달랏에서 나짱으로 가는 국도가 낙석과 집중호우로 많이 손상되었다는 뉴스를 보고 제이슨은 나에게 어쩌면 달랏에서 나짱으로 가는 건 그때가서 고려해봐야 하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때가 지금이 되었다. 우리가 나짱으로 가겠다고 결심하는데에는 별 심각성이 없었다. 막상 때가 되니 뉴스고 뭐고 들리지 않았던 것 같다. 그리고 달랏에서는 날씨가 그리 심각해 보이지 않았거덩. 시작은 '부슬부슬'이었으나, 끝은 '폭우'이니라. 우리가 늦은 오후에 출발하기도 하였고 오늘 내에 나짱을 간다는 생각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는 시작한지 4시간만에 깨우쳤다. 지도를 보면 길이 얼마나 내 인생마냥 꼬여있는지 말이 아니다. 그때는 뭘 찍고 자시고 할 겨를이 없어서 영상으로 남..
2020.0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