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2. 24. 19:08ㆍ여행기/부릉부릉 베트남 오토바이 일주 2019
꾸이년에서 호이안으로 가는 길은......생각하기 싫었는지 기억에서 지워졌다.
문득 문득 생각나는 것은,,, 공사중이었던 국도 길을 가로등 하나 없이 내 오토바이 라이트 하나만으로 의지한채 건너고 있었다는 것.
가끔 지나가는 오토바이가 반가워서 어떻게든 그와 속도를 맞춰, 길을 잃은 우주 속을 벗어나려 했다.
이 길이 맞는 건지 매 초마다 의심했다.
이따금 반대편에서 상향등을 안끄고 달려오는 차나 휘황찬란한 LED조명을 단 버스나 대형 트럭을 보면 다 깨뜨려 버리고 싶었다.
엄청난 인내의 시간이 었다.
이 루트가 기억에 남지 않는 것은 야간라이딩을 하지 않기 위해 쉼없이 지루한 국도길을 달렸기 때문일 것이다.
여행격언 중에도 이런 말이 있다.
" 목적지로 빠르게 가는 방법은 분명 있다. 그러나 그 과정은 여행에 포함되지 않는다. "
(눈치 챘는가? 그렇다 내가 만들어낸 말이다)
조금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유럽 여행을 했을 때, 내가 그랬다.
그 당시 한창 IS의 테러가 유럽에 유난히 많았었다. 그래서 호텔팩(가이드가 호텔에서 호텔까지만 동행하고 나머지는 자유시간)으로 유럽을 40일간 여행했다.
패키지와 자유여행의 그 중간이라 생각되기 쉽지만 실상은 패키지에 더 가깝다.
유럽을 다녀와서는 간것도 아니고 안간것도 아닌 찜찜한 시간이었다.
말 그대로 남는건 사진 뿐이었고 큰 에피소드는 없었다.
뭐 사는것도 비슷한 것 같다.
감성은 여유가 있을 때 깊어진다.
생존을 위해 바로 앞날만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므로,
좀 더 멀리, 그리고 깊게 고민하게 된다.
그렇게 도착하지 않을 것 같은 호이안에 도착했다.
그때도 여느날과 다르지 않게 숙소 예약을 하지 않아, 제일 값싼 숙소를 찾아 갔다.
처음 알아본 숙소는 주인이 너무 불친절했다. 너무 피곤해서 그냥 여기서 잘까 했지만,
내 정신건강에 더 좋지 않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고민하다 두번째로 알아본 숙소로 직행했다.
숙소 자체가 골목 골목 사이에 숨어있기도 했고, 밤시간이어서 간판은 어두운 밤하늘에 가려있어 찾기가 쉽지 않았다.
노부부가 나를 반겨주었다. 늦은 시간 내 몰골을 보고 녹차를 건네주었다.
나는 방의 존재 여부를 물었고, 그들은 존재 여부에 긍정으로 답했다.
행복했다.
고생해서 온 보람을 느꼈다. 노곤하니 고됐다.
내 노트에는 호이안에 도착 7:30이라 쓰여 있었지만, 체감상 밤11시로 느껴진다.
내 계획은 호이안 2일정도 였으나......
결국 사람일은 모르는 것이다.
본격적인 호이안 여행은 다음에
'여행기 > 부릉부릉 베트남 오토바이 일주 2019'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릉부릉 베트남 오토바이 여행] 16. 훼(후에) - ①베트남의 경주 (0) | 2020.02.27 |
---|---|
[부릉부릉 베트남 오토바이 일주] 12. 호이안 - 저녁의 도시 ① 흑백과 다채로운 색의 공존 (0) | 2020.02.24 |
[부릉부릉 베트남 오토바이 일주] 10. 꾸이년 Eo Gio, '굿모닝 다낭' 방송 출연 (0) | 2020.02.22 |
[부릉부릉 베트남 오토바이 일주] 9. 꾸이년에서 뭐할지 (0) | 2020.02.13 |
[부릉부릉 베트남 오토바이 일주] 8. 나트랑 ~ 꾸이년 (feat. 나무다리) (0) | 2020.02.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