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릉부릉 베트남 오토바이 일주] 12. 호이안 - 저녁의 도시 ① 흑백과 다채로운 색의 공존

2020. 2. 24. 21:43여행기/부릉부릉 베트남 오토바이 일주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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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조용한 마을 이야기

 호이안에 도착했을 때는 7시 반 경이었다. 

 나에게 저녁은 했냐는 따뜻한 주인 노부부의 물음에 피곤에 묻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마 초등학교때 마지막으로 본 듯한 초록색 클리어파일을 꺼내 들더니

 호이안이 담긴 손그림 지도를 뭉텅이 속에서 한 장 건네주었다. 

 빨간펜으로 이곳엔 반미가 맛있고, 이곳은 아침에만 장사하는 로컬만 가는 쌀국수집이 있으며, 호이안 올드타운으로 가는 법까지 친절히 안내해 주었다.

 남들이 많이 찾는 유명한 곳보다 투박하고, 여행자로서 조용히 그네들의 삶을 볼 수 있는 식당을 선호하는 나로써 수고를 덜었다. 

(아저씨가 주신 지도는 왠지 오픈된 공간에 쉽게 뿌리기가 맘에 걸린다. 그들의 아지트를 뺏고 싶은 생각이 없기에 올리지 않기로 한다.)

 8시가 다되어 갔는데도 과연 저녁식사를 할 수 있을까, 불확실한게 나한테 어울리지. 하며 대문을 나섰다.

 다행히 복잡한 골목을 잠시 벗어나니 대로(?)가 나왔다. (대로라기 보다는 중소로?)

 대로를 사이로 건너편에는 백열전구 하나로 버티고 있는 허름한 골목 가판대(?)가 이었고, 아저씨가 말씀하신 반미와 국수를 팔고 있었다.

 우리나라 도로명 주소처럼 거리에 주소가 있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구글은 찰떡같이 노점상마저 등록이 되어 있는지 참으로 신기하다. (이거슨 구글 자본의 위대함인가_?)

사실 나의 가게 평가는 맛은 그리 높은 비중을 두진 않는다. 가성비와 친절, 아니 나에게 얼만큼 관심을 주는지, '해리포터 불사조기사단의 필요의 방' 처럼 유니크한지 가 주요 기준이다. 

 가게 주인으로 보이는 퉁퉁한 아주머니는 어두운 밤 거리에서 백열전구에 의지하며 반미를 팔고 있었고,

철없는 아들은 핸드폰으로 축구를 보고 있었고 손님들은 옹기종기 모여 그들만의 하루를 마무리하고 있었다.  

나도 하나를 주문하고 착석. 흘끔흘끔 주는 관심의 눈길은 기분 나쁘진 않다. 


 아까 숙소를 나와 골목을 걸으면서 본 풍경에
가족인지 이웃인지 한 집에 모여 아시안컵 축구경기 관람 준비를 하고 있었다.

 엉성한 대문 창살사이로 거실 탁자에 놓여진 맥주캔 박스와 그 주위로
모여있는 사람들이 흥겹게 떠들고 있었다. 

 오늘 8시30분 부터 이라크와 베트남의 아시안컵 예선전이 예정되어 있었다. 

 그들을 보니 한켠이 짠해졌다. 나도 저기서 함께 부둥켜 안으며 즐기고 싶었다. 

 물론 우리나라 경기는 아니었지만 그당시 베트남과 우리나라는 국경이 없다시피했다. 

 나도 내 나름대로 즐기기 위해서 맥주를 찾아 구멍가게를 찾았다. 

내가 맥주를 찾아 서성일때, 경기가 시작되었나 보다. 

카운터에서 딱 고개를 들면 티비가 보기좋게 보이도록  자리잡고 있었다. 

사이공비어 한캔의 값을 지불하고 나도 빤히 티비를 쳐다 보았다. 

 어느새 주인가족들이 방에 나와 같이 한 스크린을 바라보고 있었고, 나에게도 의자를 내주었다. 

그렇게 5캔 정도를 비우고서야 경기 결과가 나왔다. 아쉽게 3:2로 패했지만 끝까지 모르는 경기였다. 

아쉬운 마음으로 서로 인사를 하고 헤어졌고, 숙소로 오는 길은 다시 조용해졌다. 


호이안에서 기분이 나뻤던 적이 없었다.

매우 관광지스럽고 물가도 싼 편은 아닌 이곳에서 의외의 기억이다. 

  호이안을 좋은 기억으로 간직할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가 숙소였다. 

숙소 주인 부부도 매우 좋은 분이셨고, 룸메이트였던 미국인 찰리, 한국에서 IT기술자로 일하는 푸다, 그리고 스쳐지나가는 사람들도 좋게 기억하고 있다. 

나른한 오후 주인 아저씨의 노래가락

무료로 자전거와 자물쇠도 대여해준다. 멀리 나서려는 조짐이 보이면 물 채워가라는 정담긴 잔소리는 덤

이미 구글맵 별점은 4.9  

베트남여행을 끝마치고 베트남에 대해 치를 떨며 헐레벌떡 떠났지만, 뒤돌아보면 더 좋은 사람이 많았다. 

한국인의 정을 베트남에서도 많이 느꼈다. 

https://goo.gl/maps/pY3EytT71PEFPSZv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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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글은 본격적으로 호이안 탐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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