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릉부릉 베트남 오토바이 일주] 5. 달랏 ~ 나짱(나트랑) ①죽음의 골짜기

2020. 1. 20. 20:42여행기/부릉부릉 베트남 오토바이 일주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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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치민을 떠날 때 부터, 좋지 않은 소식을 들고 시작했다. 달랏에서 나짱으로 가는 국도가 낙석과 집중호우로 많이 손상되었다는 뉴스를 보고 제이슨은 나에게 어쩌면 달랏에서 나짱으로 가는 건 그때가서 고려해봐야 하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때가 지금이 되었다. 

 우리가 나짱으로 가겠다고 결심하는데에는 별 심각성이 없었다. 막상 때가 되니 뉴스고 뭐고 들리지 않았던 것 같다. 그리고 달랏에서는 날씨가 그리 심각해 보이지 않았거덩.

시작은 '부슬부슬'이었으나, 끝은 '폭우'이니라. 우리가 늦은 오후에 출발하기도 하였고 오늘 내에 나짱을 간다는 생각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는 시작한지 4시간만에 깨우쳤다.

지도를 보면 길이 얼마나 내 인생마냥 꼬여있는지 말이 아니다. 

저 연가시같은 부분을 구글맵에서 확대해보면 더 말이 아니다.(no horse)

그때는 뭘 찍고 자시고 할 겨를이 없어서 영상으로 남긴게 없다. 살아돌아온걸로 퉁치자. 내 존재가 기록이다.

시간개념도 망각시킬 정도로 안개가 미친듯이 끼어있었다. 마치 어릴적 WWE에서 보았던 언더테이커의 등장마냥 앞뒤양옆 부근 2M도 볼 수 없었다. 그냥 제이슨의 후미 브레이크등만 보면서 간격을 맞춰 나갔다. 강원도 산골짜기 국도같은 곳이라 이렇다할 휴게소나 마을이 보이지 않았다. 그냥 줄창 길뿐이었다. 아니면 우리가 안개때문에 보지 못한 것일 수도...

우리는 나짱으로 갈 것이라는 결심을 굳게 다졌다. 다지고 또 다져서 부숴저 버렸다. 

결국 오늘안에 갈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 선 것은, 무슨 길 양옆으로 폭포가 만들어 졌기 때문이다. 산을 뚫어 길을 낸 도로라 도로 양옆으로는 흙고 바위가 쌓여져 있었는데, 폭우가 쏟아지는 바람인지 콸콸콸!!! 소리와 함께 정방폭포를 형성하였다. 제이슨도 그제서야 사태파악을 하고는 주변 쉴 곳을 찾아보기로 했다. 와...마침 무슨 귀곡산장같은 정말 뜬금없는 곳에 2층 시멘트집이 하나 있었는데, '살았다!!' 라는 생각에 메다닥 오토바이를 끌고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무런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다. 

문 만 줄창 두들겨 대다가 어찌저찌 하다 문고리를 돌렸는데, 돌아갔다. 4평 남짓한 1층 응접실? 사무실?로 보이는 곳은 토목공사에 관련된 지도가 어지러이 책상에 널부러져 있었고, 본격적으로 건물 내부로 들어가는 곳은 자물쇠로 잠겨져 있었다. 아무래도 도로공사 사무실이거나 건설쪽 사무실 혹은 기숙사가 아니었나 싶다. 책상에는 식은 차가 놓여져 있었고 그 시각이 여덟시쯤인 것으로 보아 저녁식사를 하러 간건지, 퇴근을 한건지 추측만 할 뿐이었다. 

폭우에 몸도 젖고 신발도 젖었고 희망도 젖었다. 덜덜덜 떨리기 시작했고, 가방에서 있는 옷이란 옷을 다 꺼내 입기 시작했다. (글을 쓰는 지금도 그때 생각을 하니 저체온증상이...쿨럭)

30여분을 비를 피해 사무실에 멍하니 있었을까...제이슨은 불안증세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여기 있으면 총맞을 것 같다며, 경찰 초소 같은데 사람들이 왔을 때 우리를 침입자로 오해해서 총맞을 수도 있다는데
 형님 망상이 너무 심한거 아니오?

그런데 마침 밖에서 대형트럭 소리가 들리더니, 사무실을 지나치지 않고 그대로 눌러앉았다. 뭔일인가 제이슨이 말한 일이 현실이 되는건가 했으나 그냥 길가던 트럭기사였다. 잠시 쉬려고 했나보다. 그래서 내가 얼른 반대편으로 온 트럭을 알아보고 여기서 얼마나 더 가야 마을이 있는지 물어보라고 제이슨에게 시켰다. 

그제서야 제이슨은 기사님한테 메다닥 뛰어가 몇마디 나누곤 긴장이 풀린 얼굴로 나에게 다가왔다. 

나의 예상 답변: 조금만 가면 마을이 있대!

현실 제이슨의 답변: 나짱으로 가는 길로 마을이 나오려면 한참 가야하고, 우리가 왔던길을 4km정도 되돌아가면 마을이 있대!

쉣, 다들 알 것이다. 새로운 길을 10을 가는 것과 되돌아서 1을 가는 것이 시간상 비례한다는 것을. 고작 4km인데 되돌아간다는 심적 허탈감이 시공간을 비트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다행히 우리 뒤에는 든든한 트럭아찌가 있었다. 트럭 아찌는 대형트럭 특유의 네온조명으로 우리를 에스코트 해주었고 얼마가지 않아 집 몇채가 보였다.

제이슨이 멈춰섰고, 나도 멈춰섰다. 트럭아저씨도 멈춰섰다. 

그러나 트럭아저씨는 여기서 자면 칼맞는다고 자기가 아는 식당이 있으니 거기서 밤을 지새라는 것이었다. 오 여기는 총맞고 칼 맞고 다하네...

 이쯤에서 합리적의심: 과연 트럭아찌는 우리를 유인하는 것인가??

NOPE, 아저씨가 데려간 곳은 기사식당 같은 곳이었다. 천장은 있으나 벽이 없는 오픈된 곳이었다. 카페와 식당을 함께 하는 듯 했다. 주인 가족들 중 아저씨들은 카드게임을 하고 있었고 여자들은 구경하고 있었다. (베트남 남자들은 참 카드게임 좋아하는 것 같다. 다낭에서도 친구 아버지가 맨날 카드하러 가시던데)

기사님이 데려다 주신 카페

거지꼴로 가서 하루 묵어 갈수 있냐 하니(무슨 조선시대 꽁트보는 것 같네) 별 신경도 쓰지 않으시곤 그러라 했다. 제이슨이 잘 허락을 맡고 식당 의자들을 잘 치워놓고 한가운데에 가져온 텐트를 펼쳤다. 그렇게 우리의 냉동고가 완성이 되었다. (입돌아가는 줄, 얼어죽으면 엔돌핀이 나온다던데 구라인듯 하다)

5시부터 아무것도 먹지를 못해 군대에서도 안해본 짬처리를 여기서 하게되었다. 가게에 그나마 남은 돼지고기 몇 점과 라면 하나로 둘이 사이좋게 나눠먹었다. 오늘 밥은 많이 남았는지 반찬에 비해 밥이 산더미였다.

 

오늘의 사자성어- 우공이산: 기밥이 렇게 처럼 쌓였지만 내 뱃속으로 옮겨짐

식사후 우리는 냉동고로 들어가 잠을 청했다. 우리 텐트 옆에는 돼지 한마리가 열심히 울어대기도 했고, 종종 큰 트럭들이 우리는 뚫지 못했던 폭우를 뚫고 쌩쌩 달리는 소리가 들리기도 했지만 피곤해서였는지 잠이 금방 들었다. 그랬는데 바로 깼다. 말이 텐트지 냉동고에서 우리는 생존을 위해서 껴안고 눈을 붙여 자는 척을 했다. 벌벌벌벌...

그렇게 우리는...냉동햄이 되어버렸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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