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 미얀마] 4. 양곤 ~ 껄로 - 피곤한 여정

2020. 3. 8. 17:57여행기/미지의 미안마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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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양곤에서 볼 일은 다 봤다고 생각한 나는 어디로 갈지를 조식을 먹으며 고민해야만 했다. 

2박 동안 친해진 브라질 친구와 캐나다 친구는 이미 그들의 다음 계획을 끝마친 상태였다.

 

나이대가 믿기지 않는 브라질이모(캐나다 친구와 이모라고 놀렸다)는 양곤에서 바간으로 바로 가기로 했고, 캐나다 친구는 하루 더 양곤에 머무기로 했다. 

 

위 지도에서 볼 수 있듯,

① 하트 표시의 파테인 해양도시를 가서 바캉스를 즐기느냐
② 브라질 이모랑 함께 바간을 가느냐
③ 별표 표시의 껄로로 이동하여 트랙킹으로 인레 호수로 가느냐. 

이렇게 세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먼저 파테인은 생각보다 정보가 많이 없기도 하였고, 미얀마 국가 특성상 아직 관광인프라가 없어 상대적으로 값이 싼 도미토리가 없었다.

 

그래, 이제 바다는 많이 봤으니까, 스킵하기로 했다. 그리고 숙박에서 생각보다 많은 현금이 빠져나가 미얀마 예산이 빠듯했다. 

 

 바간에 가게되면, 다음 목적지는 가까운 만달레이가 될 텐데, 만달레이에서 띤잔을 맞이하려면 열흘정도 더 체류해야 하기때문에 시간상 맞지 않는다. 

결국 남은 선택지는 껄로.

양곤에서 가는 버스시간표와 가격

껄로는 미얀마를 오기전에 몰랐던 곳.

인레 호수를 검색하니 다수의 여행자들이 껄로에서 인레까지 트래킹을 해서 간다 하여 매번 그랬듯이 불투명한 계획에 끼워넣는다. 

 

마지막 모힝가 자매에게 모힝가 한 그릇으로 이별을 고하고 버스에서 먹을 에그타르트 구입으로 베이커리 알바생에게도 작별을 고했다.

버스 시간은 6시 30분이었고, 넉넉하게 두시간전부터 게스트하우스에서 나와 광장에서 시내 버스를 탔지만, 어딜가나 있는 퇴근길 정체로 시내버스가 어기적 거린 만큼 나는 터미널까지 달려야 했다. 

 

터미널의 규모는 서울 3대 터미널(동서울, 센트럴, 강남)을 합쳐놓은 규모였다. 

그것도 건물이 아니라 야외루다가. 그러니 외국인 여행자 입장에서는 시스템이나 질서따위는 찾아 볼 수 없는 혼돈, 카오스 그 자체였다.

10분도 남지 않은 버스출정식을 앞두고, 어둑어둑해진 초저녁 하늘아래 그 모습은 일개 쪼랩 유저가 최후 심판의 날 전쟁을 마주한 듯 한 기분이었달까...

그래도 내가 그나마 잘 하는거, 거지 꼴로 물어보기, 동정유발. 미리 호스텔에서 끊어 놓은 티켓을 보여주니 한 아저씨가 왁왁 주변 사람한테 소리친다.

그러더니 많은 인파 속에 한 청년이 나타나더니 나를 인수인계해갔다.


 아저씨 말로는 푼돈 얼마를 주면 데려다 준다니 언넝 가보라고.  
 푼돈이 중요한가 만원이 넘는 버스티켓을 날려먹게 생겼는데, 갑시다!

헐레벌떡 출발 2분전 플래폼에 갔을 때에는 짐을 싣고 있었다.

뭐, 동남아를 돌며 제 시간에 출발하는게 손에 꼽을 정도긴 했지만, 오늘 만큼은 내 미래처럼 불확실하고 싶지 않았다.

어서 카오스속에서 빠져나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긴장을 풀고 지정 좌석에 자리를 잡으니 안내와 함께 버스는 출발하였다. 옆자리 아저씨도 나에게 예의차린 호기심으로 이것 저것 물어보았고 서서히 아까의 긴장은 녹아내렸다. 


 휴게소를 잠시 들렸을 쯤이 8시 9시 쯤이었다. 다시 잠들고 뒤척이다 눈을 떴을 때는 4시쯤 되었으리라.

핸드폰 gps를 켜보니 껄로에 거의 다다르고 있었다.

'제발 길이 막혀라 제발... 길이 막혀 아침쯤에 도착해라....'

이른 새벽에 도착할 거라는 것은 어느정도 예상하고 있었지만,  이대로 간다면 들개들이 미치는 시간에 덩그러니 흙바닥에 놓일 처지다.

설상가상으로 미얀마에서는 유심을 사지 않았다.

내가 가지고 있는 정보는 모두 양곤 호스텔에서 캡쳐해놓은 정보뿐.

 

 잠시나마 옆자리 아저씨의 집으로 초대 받는 행복회로를 돌렸지만, 아저씨의 힘찬 안녕~과 함께 회로는 멈췄다. 

 다행히도 아저씨가 손짓한 곳에 호스텔들이 모여 있었고, 그 중 하나는 양곤에서 캡쳐한 호스텔 정보 리스트에 저렴한 순위 2위에 등극해 있었다. 

 

껄껄 운도 좋아. 입구를 찾아 어슬렁 대니, 같은 버스에서 내린 유럽여행자 2명도 나를 따라 들어왔다. (당시 입김이 날 정도의 쌀쌀함이었다.)

 

 어두컴컴한 리셉션 문을 열고 들어가니 아무도 없었다.

벨을 눌렀지만, 아무도 마중나오지 않았고, 결국 우리는 리셉션에 2열로 나있는 쇼파에 하나씩 몸을 우겨넣었다.

  그녀들은 1시간 뒤 해가 뜨니 다른 곳을 찾아 보겠다며 떠났고, 나의 존버는 1시간 가량 더 지속되었다. 

 다행히 나를 위한 방은 있었고, 얼리체크인을 해주셔서 7시반에는 들어가 잠을 청할 수 있었다.

 

실내 불을 키지 않으면 어두컴컴한 곳에 담요는 약간 눅눅하긴 했지만, 지친 몸은 그 어느때와도 빠르게 잠속으로 빨려들어갔다.

 

이렇게 껄로의 일출을 맞으며 잠이들며 껄로생활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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