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왕> -아니요, 그만 할래요
2018. 11. 13. 15:00ㆍ일상/영화 감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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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첫 휴가를 나왔다. 덜컥 제주행 비행기를 끊었다.
예전에는 제주도를 허겁지겁 뛰어서 다녔다면
이번에는 기어 다녔다.
정말 아무것도 안 했다. 셋째 날은 숙소에 박혀서 파티도 안 하고 책 읽고 노래만 들었다.
아무것도 안 해도 죄책감 따위 들지 않았다.
아무것도 안 해야 할 때 아무것도 안 하기.
어렵다.
경보에서 제일 힘든 게 뭔 줄 알아? 뛰고 싶은 걸 참는 거야
빠르게 치고 나가는 것만 배워오면서 여유는 사치고 걷는 것은 곧 뒤처짐이다.
걸어야 할 때 걷지 못하고 불안해하는 것이
내가 사는 곳이었다.
9박 10일 동안의 휴가.
그곳은
'치열했다'.
시간이 멈춘 이곳과는 다른 곳이였다.
이곳에 있으면서 잠시 까먹고 있었다.
목숨을 다루는 이곳보다 더 치열했다.
어떤 사람은 사랑 때문에
어떤 사람은 학업 때문에
어떤 사람은 사업 때문에
많이 두렵다.
뭐 먹고 살까.
먹고 살 수는 있을까.
솔직히 "전역하고 싶다 전역하고 싶다"말은 하지만, 저런 복잡한 생각 없는 이곳이 편하기도 하다.
과연 주인공 만복이는 1등을 할까, 꼴등을 할까, 부상을 당해 좌절할까.
러닝타임 내내 담백한 이 영화의 결말은 이 사회 사람으로서 정말 충격적이다.
정말, 진짜 사치스러운 말일 수 있겠지만
나와 친구들에게 몇 마디 하고 싶다
뛰면,
멈춰있을 때조차 숨을 몰아쉬느라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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