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캄보디아의 어두운 면과 바탐방 호스트 [일방통행 동남아 in Cambodia]

2018. 12. 14. 04:56여행기/동남아 일주 여행 2018-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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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탐방에 도착해서 나의 호스트를 처음 만났을 때, 몇 분 채 지나지 않아 이 사람과 얼마 안 있겠구나라고 직감했다. (참고로 그는 나이지리아 출신이다.)

대화에서는 왜인지 모르는 화가 내재되어있었다. 그리고 버스에 문제가 생겨 늦을 것 같다는 나의 이전 메세지에서 '캄보디아는 멍청한 나라다.'라고 답변했기에 캄보디아에 대해 악감정이 있는가 보다라고 생각했다. 어차피 바탐방은 캄보디아에서 두번째로 큰 규모의 도시지만, 박쥐동굴이랑 대나무기차 밖에 관광거리가 없는 대전광역시느낌이라, 길어야 이틀밤만을 생각하고 왔다. 그렇기에 큰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았다. 

 캄보디아하면 많은 한국사람이 떠올리는 순수한 미소와 가진것 없어도 행복해하는 그런 삶을 나 또한 머릿속에 그리며 온 캄보디아였다.  그런 이미지에 찬 물을 끼얹다니, 조금 언짢았다. 왜 이리 베베 꼬였나라는 생각도 했다. 

그러나 그의 화는 단순한게 아니였다. 여러 세월이 복합적으로 뭉친 감정이었다. 심지어 그는 캄보디아 부인에 1살도 안된 아기도 있었다. 뭔가 이상했다. 왜 자신이 좋아하지도 않는 나라에 사는거지?

그는 다음날 나에게 눈물을, 아니 통곡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아내와 전화하는 도중에 자신을 자책하며 흐느끼며 울었다. 그러면서 그의 캄보디아 생활을 들려줬다. 그는 자신의 아내와 몇 년전에 결혼했고, 캄보디아에서는 결혼 증명을 하기위해서는 캄보디아 전통혼례를 올려야 했기에, 4천달러를 썼다고 한다. 그냥 서류로는 증명을 안해준단다. 그러면서 결혼식사진을 보여주며 이 멍청한 사진 한장얻자고 4천달러을 썼고, 그래서 방에 꺼내놓지 않는다고.  

 그리고 이제는 비자문제가 걸렸단다. 지금 캄보디아 일류 학교에서 영어교사로 재직중인 그는, 이미 10월달에 비자가 만료되었다. 9월달부터 공관에게 서류와 여권을 보냈지만, 돈을 계속 요구했단다. 현재까지 거의 600달러를 뜯어갔고, 비로소 오늘, 아무런 비자 처리 없이 예전과 같은 생태의 여권을 돌려줬다는 것. 이제 그는 오버스테이가 2달넘게 걸려있다. 하루에 10달러. 600달러가 훌쩍 넘는 돈을 어디서 감당해야할지도 모르겠고, 만약 처리가 된다고 하더라도 새로운 비자 연장을 위한 돈도 구하기 어렵다는 것. 비자가 없으면, 오버스테이를 처리하지 못하면, 나이지리아로 쫓겨나야 하는데, 나이지리아로 돌아갈 비행기값도 없어,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단다. 

 직장 때문에 아내는 프놈펜, 그는 바탐방, 아들은 장모님댁. 한 사람때문에 이렇게 가정이 뿔뿔이 흩어졌다. 

 이 이야기를 친구들에게 해주었더니 이해하지 못하겠단다. 어떻게 일개 공무원이 뒷돈을 챙겨도 이렇게 뻔뻔하게 하는지말이다. 사실 나도 이 이야기를 하면서 이해가 안가긴 했다. 하긴... 국경을 넘을 때에도 공무원들이 1달러를 요구하는 나라인데...

설상가상으로 다음날, 그는 그의 직장에서 해고당했다. 연말이면 이미그레이션 부에서 사람들이 이곳저곳 다니며 외국인 교사들 비자상황을 검사한단다. 그의 비자 상황을 알고 있는 학교는 그를 가차없이 해고했다. 아니 해고는 아니지. 그들 말로는 해고는 아니고 비자 상황이 나아지면 언제든 환영이라고...

 어떻게 일류 학교라는 곳이(일류 학교긴 한가보다, 유치원 초중고, 대학교까지 운영하며 캄보디아에 3개 지부가 있다) 자신들 직원 비자 문제도 해결 못해주는지...거기서 이 친구는 더 상처받았다. 버림받았다고 생각했겠지. 비자문제가 해결되어도 다시는 돌아가지 않을 거란다. 매년 BEST 교사상을 주는데 2번이나 받았단다. 그런데 웃긴게 아무런 특혜가 없단것. 그러고서는 이렇게 내치다니....

 점점 그의 상황을 알게되면서 왜 이토록 캄보디아에 악감정이 생겨났는지 이해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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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그는 나에게 너의 나라가 부럽다고 했다. 나이지리아와 달리 대사관도 있고, 캄보디아경찰들은 미국, 일본, 한국사람은 공관들이 건들기 꺼려한다는 것. 그만큼 나라의 외교력이 강하다는 거겠지. 그러면서 자신의 피부색이 검기때문에 쟤네들이 얕잡아본다는 이야기도 했었다. 

 이러한 이야기를 듣자니, 우리나라를 여지껏 너무 과소평가해오지 않았나 생각들었다. 요즘 무서운일들이 많이 일어나고는 있지만, 항상 가방이나 핸드폰을 공공장소에 잠시 둔다고 해서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며, 심지어 길을 걸어갈 때, 자전거를 탈때도 소지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대중교통도 잘되어있지, 사회 시스템도 잘되어있지, 경찰, 군인을 보고 괜한 불안감이 들지도 않는다.

경제도 전세계 몇 백개의 나라 중에서 항상 순위권에 드니, 너무 익숙함에 빠져살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름 다이아 수저는 아니더라도, 한국은 금, 은수저 정도랄까. 이런 저런 사람, 상황을 보면 정말 맘편하게 여행하는게 미안해질 정도다. 나보다 더 치열하게 사는 사람들인데, 그만큼 덕을 못보다니. 노오력의 문제만은 아닌것 같다. 


#여행지에 대해 궁금하신 사항이 있으면 댓글로 질문해주세요. 기꺼이 아는 선에서 답변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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