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왕> -아니요, 그만 할래요
얼마 전 첫 휴가를 나왔다. 덜컥 제주행 비행기를 끊었다. 예전에는 제주도를 허겁지겁 뛰어서 다녔다면 이번에는 기어 다녔다. 정말 아무것도 안 했다. 셋째 날은 숙소에 박혀서 파티도 안 하고 책 읽고 노래만 들었다. 아무것도 안 해도 죄책감 따위 들지 않았다. 아무것도 안 해야 할 때 아무것도 안 하기. 어렵다. 경보에서 제일 힘든 게 뭔 줄 알아? 뛰고 싶은 걸 참는 거야 빠르게 치고 나가는 것만 배워오면서 여유는 사치고 걷는 것은 곧 뒤처짐이다. 걸어야 할 때 걷지 못하고 불안해하는 것이 내가 사는 곳이었다. 9박 10일 동안의 휴가. 그곳은 '치열했다'. 시간이 멈춘 이곳과는 다른 곳이였다. 이곳에 있으면서 잠시 까먹고 있었다. 목숨을 다루는 이곳보다 더 치열했다. 어떤 사람은 사랑 때문에 어떤 사..
2018.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