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1. 13. 14:24ㆍ여행기/자전거 여행
4대강 종주 후기 (남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영산강 (담양~광주~나주~목포)
일시: 2016年02月
겨울에 라이딩은 처음이다. 3년을 내리 학교만 다녔기 때문에 여행에 대한 갈증이 매우 컸다. 그런데 정작 휴학을 하고 집에 내려오니, 춥기도 하고 간만에 맛보는 여유로움을 만끽하고 싶었는지 밖에 잘 나가질 않았다. 그러다 여유로움이 일상이 되니 답답해지기 시작했다. 결국 자전거 안장에 앉게 되었다.
서울에서 담양으로 가는 새벽 버스가 있어 버스에 자전거를 싣고 담양으로 갔다. 담양으로는 한 번 가족끼리 여행한 적이 있었다. 그때 죽녹원이랑 이곳 저곳을 갔었는데 죽녹원 때문만 이라도 담양에 다시 오고 싶었다.
터미널서 우선 담양댐으로 출발했다. 담양댐으로 가는 길이 너무 좋지 않았다. 자전거 도로가 스펀지 마냥 푹신푹신해서 다리 힘이랑 자전거의 속도를 다 빨아 먹는 기분이었다. 그래도 가는 길은 꽤나 이뻤다. 마치 조선시대 선비들이 휴양오는 분위기다.
슬슬 지루해져 갈 때 쯤, 하늘 위로 뭔가가 지나가길래 봤더니 비행기였다. 꽤나 낮게 날았고 작았다. 일반 비행기가 아니라 2人용 경비행기다. 경비행기가 내가 가는 방향이어서 최대한 가까이 보려고 쫓아가봤지만 어느새 산 넘어로 사라졌다. 신기해하면서 몇 km를 가니 경비행장이 따로 있었다. 아까본 그 경비행기가 다 일로 날아왔나보다. 키야, 저런거는 누가 탈라나. 저거 불안해서 타겠간?
ㅇㅇ 바로 내가 타지. 1시간도 안되어서 경비행기에 내가 타고 있었다. 딱 이때쯤이었던것 같다. 내세에 대해 미련이 없었던적이. 입대를 앞두고 있었기에 목숨에 대한 집착이 없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정말 겁이 없었다. 단양에서는 패러글라이딩을 하고 경비행기를 타고...
별다른 교육은 없다. 그냥 벨트를 하고 신기해하고만 있으면 된다. 경비행기를 타는 신기함은 있었지만 우와 할 정도의 풍경은 없었던 것 같다. 군입대를 앞둔 남자라면 해볼만하다.
신기한 추억을 뒤로하고 다시 담양 시내로 달렸다. 몇 달 안돼서 다시 찾은 죽녹원은 아직도 푸르렀다. 푸르고, 푸르고 또 푸르렀다. 겨울에 푸른 녹빛을 볼 기회가 별로 없는데 죽녹원은 끊임없이 푸르렀다. (입장료도 비싸지 않다) 대나무 바께 크게 볼게 없는 곳을 낮잠도 자면서 한 시간 반 정도를 내리 있었다.
그러고는 밥을 먹기 위해 핸드폰으로 검색을 해봤다.

광주로 가는 코스라 오리탕으로 찾아보고 있었다. 2014년도였나, 친구와 내일로를 여행하던 중 침을 흘리면서 찾아갔던 광주의 오리탕 거리. 마침 쉬는 날이라 그 거리에 있는 모든 오리탕집이 쫘아악 문을 닫아서 먹지 못했던 아픈 기억이...그래서 오리탕에 집착하게 되었다. 어떻게든 꼭 먹어어야지... 그런데 오리탕이 삼계탕 마냥 1인분정도의 양만 파는 곳이 드물지가 않았다. 진짜 구글 검색 페이지 두자리 숫자까지 넘겨서 가는 길에 있는 1인분에 7천원짜리 오리탕집을 발견했다. 핰ㅇ핰... 좀 오래된 포스팅이라 혹여나 하는 마음에 전화를 걸었다. 다행히도 아직 가게는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점심시간이라고 하기도 늦은 시간대에 갔더니 가게는 텅텅 비어있었다. 꽤나 규모가 컸다. 거의 단체손님 위주의 가게인가 보다. 전화로 예약을 하는데 혼자라고 했더니 사장님이 놀란 이유를 알겠다. 땀에 푹 절여졌다가 겨울바람에 건조되었다가 반복했던 몸을 차분히 뎁혀주는 음...뭐랄까 고기류의 추어탕 맛이었다. 음 3년이 지났지만 그당시의 나는 큰 기대 속에서도 만족하며 가게를 나왔다. 다시 페달을 부지런히 밟아야 광주에 늦지 않게 도착할 참이다.
해가 지기전 마지막 하품을 하는 노을녘이 길게 늘어진 길 옆 나무들 사이로 비집고 들어왔다. 아름다워서 사진을 찍는 순간에도 야간라이딩에 대한 두려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빙고... 몇시간후의 나는 배터리 없는 휴대폰 덕분에 국도 이정표를 보고 광주로 진입할 수 있었다. 와...그런데 광주도 괜히 광역시가 아닌게, 내가 점찍어둔 게스트하우스가 광주역쪽에 있어서 그 쪽으로 넘어가는데도 1시간이 더 걸렸던 것 같다. 그리고 GPS도 말썽이어서 게스트하우스에 늦게 도착했다.
와...근데 인테리어가 너무 이뻤다. 글귀도 완전 자유로운 여행자 마인드. 그도 그럴 것이 이곳 사장님이 젊을때 여행가였다. 근데 지금도 젊으시던데. 부럽...(근데 광주에서 게스트하우스가 잘 되나 의문...) 그때 9신가 그쯤들어왔는데 너무 피곤해서 밑에가 시끌시끌했는지도 기억이 나질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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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잘 일어났다. 잘 일어났다= 계획대로 일어났다. 겨울은 해가 짧기 때문에 그만큼 시간을 부지런히 써야 한다! 어제꼴 나지 않기위해서... 일찍일어 나는 게스트가 조식을 먹는 댔던가,,, 셀프 써비스군. 빵을 굽고 계란 후라이를 하고 쨈을 바르고 먹고 또 빵을 굽고 계란 후라이를 하고 이번에는 땅콩버터를 바르고 먹고,,, 먹다보니 맛있네 하나 더 먹어야 점심까지 버틸 수 있겠네. 가즈앗!
음...사실 광주에서 목포까지의 기억은 거의 조각나있다.
내 멘탈이 그 당시에 조각나있기 때문이지.
차디찬 겨울바람에 동료는 없고, 그렇다고 말동무할 라이더 조차 자전거길에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천~부산 국토종주길만 하더라도 워낙 도전자가 많은데, 영산강은 그렇게 인기가 많지도 않을 뿐더러 대도시랑 근접해 있지도 않고, 게다가 결정적으로 자전거를 탈 날씨가 아니다. 바람은 어찌나 많이 불던지... 날은 분명 밝은데 아무도 없는 자전거길만 저만치 보이니 괜히 뒷목에 쭈뼛쭈뼛 소름이 돋는다. 진짜 신나는척 미친척 달렸다. 특히나 나주~목포 구간... 광주 ~ 나주는 그래도 나름 마을이 보이고 하는데 나주~목포 구간은 진짜 옆에 강밖에 없더라. 대조영 촬영지인가 뭐시긴가 있어서 구경한번 할까 했었는데 입구까지의 경사를 보고 바로 포기했다. '여우의 신포도' 현상; 가도 볼거 없을 거야. 비수기라 문안열었을 거야. 빨리 집에 가는게 낫지.
와...느러지전망대 인증센터는 기억에 경사가 지하주차장 급 경사였다. 길도 포장도로도 아니었고...느러지가 늘어지다 라는 단어뜻으로 불렸댄다. 여유를 갖으라는 메세지 같은데 일단 전망대가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전망대가 아니다. 마을 정자를 떼다가 5층으로 올린 뻥뚫린 그런 곳이다. 고소공포증에 지금 혼자 사일런스 힐을 찍고 있는 나로서는 올라가는 것 조차 고통이었다... 마음에 여유가 없으니 풍경이 늘어져도 마음에 여유가 없으니 풍경이 늘어져도 쫄리기만 한다.
지금 찾아보니 나주에서 목포구간이 자전거로 3시간거리라고 뜨는데
그때는 왜 하루종일 탄 기분이었지...
목포 3경을 구경할 정신적 육체적 힘이 없었다. 심지어 막판에는 부슬비가 후수수 내려서 극도의 예민상태였다.
항상 여행은 여유를 갖고 쫓기듯 다니지 말자는 여행철학을 가지고 있지만 정작 여행을 가보면 말처럼 쉬운게 아니다. 오히려 여유를 가지고 있으면 마음이 불안하다. 시계를 자꾸만 보게 되고 벌써부터 다음 목적지를 생각하게 된다. 이런 심리적 현상은 웬만한 한국사람이라면 다 나타난다. 4시간 자면 합격하고 5시간 자면 떨어진다라는 4당 5락이라는 옛말이 있다. 옛말이라고는 하지만 한국의 경쟁사회를 아직까지도 잘 보여준다. 어렸을 때 부터 시작된 불안함이 여유를 가져야 할 때조차 침투해 들어오는 것이다.
조만간 다시 한 번 해변을 따라 대한민국 한 바퀴를 돌 예정이다. 그때라면 남들 눈치 간섭 다 비행기모드로 해놓고 여유롭게 여행을 즐겨봐야겠다.